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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수영장>이라는 작품으로 미국일러스트레이터협회 금상을 수상한 이지현의 작품, <문>을 봅니다. 낡은 자물쇠로 채워진 문은 거미줄까지 쳐져 있어 스산해 보입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이 문은 사람들에게 잊혔거나 발견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닫힌 문 뒤에 무엇이 있을지, 어떤 풍경이 그려질지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가늠할 수 없는 문의 뒤편이 궁금하지만 선뜻 열기에도 두렵습니다. 그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빨간 벌레 한 마리가 그 문을 지나쳐 날아갑니다. 문은 닫혀 있는데 어디서 날아온 건지 궁금해질 무렵, 빨간 벌레는 열쇠의 위치로 소년을 인도해옵니다. 마치 숙명처럼 소년은 그 열쇠를 바로 쥐어 듭니다. 쥔 채로 멈춰 서서 빨간 벌레를 눈으로 쫓아갑니다. 열 걸음정도 벌어졌을 때까지 소년은 멈춰 서있습니다. 간격을 좁히며 쉽사리 따라가지 못한 걸 보면 소년은 분명 마음속으로 갈등을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가도 될는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보여주려는 건지, 혼란스럽지만 곧 용기를 냅니다.
이런 세상 어디 없을까요? 길을 가다 다른 이와 쿵 부딪쳤을 때, 내 잘못이 없더라도 먼저 사과하고 다친 데는 없는지 물어보는 곳. 가족끼리 점심소풍 나온 자리에, 처음 본 사람이지만 배고파 보이면 반갑게 초대해 주는 곳. 서로 다른 언어를 써도 대화를 나누는 데 아무 장애가 없는 곳. 누구든 어디서든 마음껏, 노래하고 춤추고 연주하고 운동하고 책 읽으며 지낼 수 있는 곳. 피부색과 생김새가 서로 달라도 스스럼없이 배려하며 어울리는 곳. 다른 인종끼리 만나, 사귀고 사랑하고 결혼하는 일이 아주 자연스러운 곳. 그 결혼식장에서 덩치 큰 신부가 조그만 신랑을 번쩍 들어 올리는 게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곳……,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 수없이 많고 그 문들이 모두 활짝 열려 있어서, 서로서로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 굳게 닫힌 문 저편에 있을지도 몰라요. 표정 없는 사람들 오가는 거리 한 모퉁이에 녹슨 자물쇠로 굳게 잠긴 문. 오래도록 드나들지 않아 거미줄로 뒤덮인 낡고 둔탁한 문.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고 누구도 열어 보려 하지 않는, 그 문 저편에 말이에요. 이 그림책 속에, 녹슨 자물쇠를 풀어 그 문을 열어젖힐 열쇠가 있어요. 자유롭고 유쾌하고 따뜻하고 평화로운 상상의 열쇠. 지금 여러분이 열어 보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 만나 보세요. 지금 이곳과는 다른 세상, 여기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 수영장 의 작가 이지현이 문 저편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마음껏 여행하고, 돌아올 때 그 문은 꼭 열어 두세요. 자, 그럼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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