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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남

깨어남

물어볼 필요가 있다. 직접 관련되는 질병에 걸리지도 않았고,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없고, 또 의학과는 상관없는(내가 전혀 상관없다곤 할 수 없지만) 이가 『편두통』이나 『깨어남』과 같은 임상 보고서 같은 책을 읽는 의미가 무엇인지?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또 이런 책이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책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우선 『깨어남』의 구성과 내용을 보자. 맨 앞에 ‘프롤로그’가 있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춰야 한다. 파킨슨증이 무엇인지, 수면병(기면성뇌염)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뇌염후증후군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고, L-도파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또한 이 이야기의 배경인 마운트카멜병원에 대해서도 알아야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다. ‘깨어남’은 스무 명의 환자 이야기다. 그들은 수십 년 동안 침묵의 세계에 있다 1969년 L-도파 처방 후 눈부시게 깨어났다가 L-도파의 과잉 작용으로 정반대의 증상을 겪었다. 스무 명은 거의 비슷한 것 같지만, 똑같지 않고 모두 개성적으로 반응했다. 책에서 가장 중심되는 부분임에 틀림없다. 이 부분에서 감동을 받기도 하고, 눈물을 흘릴 수 있고, 감탄할 수 있다. 감동을 받고, 영감을 받은 이들이 연극을 만들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라디오극을 제작하고, 영화를 만들고 상영했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다. 다음은 해설이라 할 수 있다. ‘관점’이라 이름 붙은 장(章)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보아야할지를 얘기한다. 질병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질병에 대처하는 의학은 어찌해야 할지를 얘기한다. 핵심은 이것이다. “살아 있는 존재 가운데 개인적인지 않은 것은 없다.” (354쪽)“실재하는 구체적인 모든 것은 어떤 면에서는 그 속에 역사와 생명이 있다.” (356쪽)사실 이와 같은 주제를 위해 스무 명의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의학서에서 단순한 임상 보고서가 아닌 환자 개인의 연대기 같은 이야기를. 그리고 다시 등장하는 해설은 환자들의 L-도파에 대한 반응과 극복에 관한 이야기다. 앞 이야기의 반복이자 해제인 셈인데, 그것을 ‘깨어남’, ‘시련’, ‘적응’으로 나눈다. 책의 제목은 『깨어남』이지만, 실은 책은 L-도파 처방 이전의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상황과 이 세 상황에 대한 얘기다. ‘깨어남’은 사실 좁은 단어다. 이 책은 1973년에 첫 판이 나왔다. 그리고 1982년에 두 번째 판, 이 책은 1990년판의 번역이다. 그러니 필요한 것이 1982년의 에필로그와 1990년의 후기다. 그 동안 변한 상황을 소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부분도 올리버 색스의 환자와 질병, 그리고 의학은 바라보는 관점은 일관적이다. 의학은 환자와 질병을 뭉뚱그려 하나의 덩어리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개별적인 관심과 환자와 의사의 교감을 중요시하는 것은 『편두통』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부록’은 사소한 찌꺼기가 아니다. ‘파킨슨증의 시간과 공간’, ‘혼돈과 깨어남’은 나 같은 이에게 더 중요한 이야기처럼 다가오고, 연극과 영화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더 흥미롭다. 『깨어남』은 흥미로운 책이다. 꼽아보면 40년 전에 나온 책인데도, 현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고전에 속하는 문학 작품도 아니고, 철학서도 아닌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문학 작품 같기도 하고, 철학서 같기도 하다. 그것이 이 책의 생명력을 설명해줄지도 모르지만, 그보다도 더 그럼직한 것은, 이 책이 펼치고 있는 의학과 병에 대한 생각이라 생각한다. 분석하고, 프로토콜대로 진단하고, 책에 적힌 대로 처방하는, 올리버 색스가 그 당시에 개탄하고, 변해야 한다고 했던 의학의 상황은 지금은 더욱 심해졌다. 그러니 이 책은 더욱 현재성을 갖게 셈이다. 『뮤지코필리아』에서 시작한 올리버 색스에 대한 가을 여행은,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색맹의 섬』, 『편두통』을 거쳐 『깨어남』까지 왔다. 책 날개를 보니 몇 권의 책이 ‘근간’이라고 나와 있다.(2012. 10)

깨어남Awakenings 은 1920년대 전 세계를 휩쓴 대유행병인 ‘수면병(기면성뇌염)’에 걸려 수십 년간 얼어붙어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로 살아온 사람들 이야기다. 올리버 색스는 1960년 중반 뉴욕의 마운트카멜병원에서 제1차 세계대전 직후 기면성뇌염이 유행한 이래 50년 동안 꼼짝없이 그곳에 갇혀 있던 뇌염후증후군 환자를 처음으로 만났다. 당시 색스는 레지던트를 마친 지 1년밖에 안 된 젊은 의사로서 이 질병과 마주했던 것이다. 그는 어떤 형태로 발현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이 질병에 매혹되었고, 환자들의 상태를 관찰하고 병을 연구하며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깨어남 의 중심축은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상하지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 아니 어쩌면 우리 자신일 수도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기록이다. 책 속에는 색스 박사가 만난 다양한 환자들의 사연이 자세히 소개된다. 색스 박사는 특유의 문학적인 글쓰기로 인간 ‘사화산’으로 살아온 환자들이 보여주는 삶에 대한 열정과 용기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사연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환자들은 죽음과 같은 질병 속에서도 각자의 개성과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으며, 깨어나는 순간 그 모든 것을 발현했다. 잃었던 인생을 엘도파로 되찾은 후에는 매순간 기뻐하며 강렬한 행복감으로 삶을 살아냈다.

1973 초판 서문_1990년판 개정에 대하여_1990년 개정판 서문·프롤로그_파킨슨(씨)병과 파킨슨증_수면병(기면성뇌염)_수면병의 여파(1927~1967년)_마운트카멜병원의 생활_엘도파의 도래·깨어남_이상한 뇌염후증후군 나라의 앨리스-프랜시스 D. / 가면 같은 얼굴에 표정이 살아난-마그다 B. /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숲 속의 미녀-로즈 R. / 병상에서의 삶이 괜찮은 게임이었다고 말한-로버트 O. / 회오리바람의 눈 속에 갇혀버린-헤스터 Y. / 음악 속에서만 자유로운-롤런도 P. / 진짜 사람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천재-미리엄 H. / 단절 속에 자신을 가둔 아기 인형-루시 K. / 여러 명의 자아로 쪼개지는-마거릿 A. / 구두 수선공으로 다시 태어난-미론 V. / 스스로 환각을 제어하는-거티 C. / 부활절 정신병을 앓는-마사 N. / 잠에서 깨어난 공주-아이다 T. / 부재중 인간이 되어버린-프랭크 G. / 바구니 짜는 여인-마리아 G. / 엘도파가 부른 재앙-레이철 I. / 엘도파 처방 최고의 스타 환자-아론 E. / 바늘 끝에 서서 균형을 잡는 남자-조지 W. / 전형적인 뇌염후증후군 환자-세실 M. / 뇌염후증후군에 갇힌 슬픈 천재-레너드 L.·관점·깨어남·시련·적응_관점_깨어남_시련_적응·1982년 에필로그·1990년 후기·부록_부록1수면병의 역사_부록2 기적의 약물들: 프로이트, 윌리엄 제임스, 해블록 엘리스_부록3 ‘깨어남’의 뇌파 원리_부록4 엘도파 치료 이후의 연구들_부록5 파킨슨증의 시간과 공간_부록6 혼돈과 깨어남_부록7 연극과 영화로 만들어지다·감사의 말·용어 사전·참고문헌·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