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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이웃

감자 이웃

내 어릴적엔 울 옆집과 앞집, 건너편 집까지 누가 살고 어떻게 사는지 다 알았는데... 지금은 속속들이 알기보다 그저 눈웃음 한번으로 아는 척 하거나, 안녕하세요~ 라고 의례적인 인사만 할 뿐이다. 점점 우리네 사는 공간들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알고 싶지 않고, 끼어들고 싶지 않을뿐이다. 바쁨에서 오는 삭막함이다. 관계에서의 소통의 부재이다. 이런 소통 부재를 조금씩 깨는 할아버지와 이웃들이 있다. 그림책 <감자 이웃>에서 그 따뜻한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아파트 앞 화단을 가꾸는 103호 할아버지는 이웃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할아버지 꾸러미 여러 개를 손에 들고 집을 나선다. 그 꾸러미 속엔 알토랑 같은 감자가 들어있었다. 텃밭에서 할아버지가 손수 수확한 감자들. 그 감자들을 할아버지는 기꺼이 이웃들과 나눈다. 할아버지의 따뜻한 정이 넘쳐나는 감자는 이웃들의 손에서 맛난 음식으로 거듭나고... 203호 재하 엄마의 닭볶음탕, 303호 아줌마의 추억 속감자전, 304호 신혼부부의 노릇노릇 감자 구이, 403호 아가씨들의 매콤한 생선 조림, 404호 아기 엄마의 보드랍고 신선한 감자 샐러드, 504호 태은이 엄마의 카레, 이렇게 할아버지의 감자는 집집마다 맛난 향을 풍기고 다시 103호 할아버지 식탁에 놓여졌다. 이웃들의 情으로 탄생되어진 풍성한 저녁 식탁. 감자로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이 엄청 많네^^ 그리고 무엇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이웃들의 쑥쓰러운 인사. 그 인사는 앎이고, 이제 서로 간 소통이 되었다 할아버지가 먼저 인사하지 않아도 서로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는 관계들이 맺어졌다. 나눔은 기분 좋은情이다. 할아버지에게서부터 시작된 인사와 나눔은 인간은 홀로 아닌 함께 같이 살아가는 존재임을 알게된다. 그 소박하면서 소중한 가치들이 지금은 너무 퇴색되어졌고 희미해진 것 같아 씁쓸하다. 어렸을적에 옆집과 앞집에 맛잇는 반찬을 해서 나눠먹었던 기억들이 따뜻하게 마음 한 켠 남아있는데... <감자 이웃>들이 늘어나는 정감있는 살만한 세상이 참 그립다.

견고한 콘크리트를 무너뜨린 텃밭 감자의 힘!
아파트를 배경으로 이웃 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감자 이웃 에는 맨 처음에 텃밭을 가꾸는 할아버지가 등장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농사 경험이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이 있지요. 아이들 또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워서 보내 준 채소들을 먹을 기회가 종종 있고요. 아파트에서 혼자 사시면서 텃밭을 가꾸는 할아버지가 햇볕 쨍쨍한 어느 날 햇감자를 수확합니다. 혼자 드시기에 너무 많은 양이라 할아버지는 이웃들에게 그 감자를 나눠 줍니다. 흙에서 캔 감자는 투박하지만 푸근하고 소박한 땅의 기운을 흠뻑 머금고 있지요. 마침내 할아버지가 나눠 준 감자는 관계와 소통을 차단해 온 콘크리트 아파트에 부드러움과 정이 스며들게 합니다.

일상의 나눔으로 풍성해진 할아버지의 식탁
할아버지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들에게 감자를 나누어 주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감자를 받은 이웃들은 각자의 추억과 솜씨로 맛깔난 요리를 만들어 냅니다. 그날 저녁 감자를 받은 이웃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할아버지 집으로 찾아가 저마다의 요리를 건넵니다. 하나의 감자가 여섯 가지 요리로 변신하여 할아버지의 저녁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 것입니다. 과연 어떤 요리들이 할아버지의 식탁을 빛내 주었을까요?

따뜻하면서도 기분 좋은 배고픔을 선사하는 책!
감자 이웃 은 우리가 잊고 있던 작은 나눔과 작은 친절이 우리의 삶과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간결하게 그려낸 책입니다. 다양한 요리만큼이나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함께하면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음을 풍성한 식탁과 함께 보여 줍니다. 감자를 나눠 준 할아버지와 그 감자로 맛난 요리를 해서 집 밖으로 들고 나온 이웃사람들, 풍성한 식탁을 마주하며 또다른 삶을 계획해 보는 독자들 모두가 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요즘 한창 관심이 높은 공동체나 마을에서 어떻게 소통을 시작하면 좋을지, 작은 실천의 예를 보여주는 동시에 따뜻함과 배부른 마음을 선사해 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