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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텃밭


2011년부터 4년 동안 강화와 김포에서 텃밭 농사를 지었다. 자동차를 한 시간 동안 타고 가서 농사를 짓는 게 생태적으로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함께하는 동무들이 있어 기꺼이 달려갔다. 거기서 고라니를 여러 번 만났다. 강화도에서는 도로를 달리다가도 고라니를 만난다.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까만 눈의 아기 고라니는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준다. 차 속도를 줄여 아기고라니를 보고 있으면 산속으로 겅중겅중 들어가다가 그만 관심 갖고 어서 가라는 듯 뒤를 돌아본다. 일을 마친 뒤 산책을 하다 보면 만나기도 한다. 그때는 깨끗한 아카시가 자란 때라서 밀짚모자를 벗어 아카시를 수북하게 따고 있노라면 어린 고라니가 논을 가로지른다.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는 고라니의 순한 눈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난다. 기분 좋은 만남이다. 고라니가 늘 순한 마음만 들게 하지는 않는다. 고구마 순을 기껏 심어 놓고 다음 주에 가면 어김없이 울타리 한쪽이 무너져 있고 고구마 줄기가 일정한 크기로 잘려져 있다. 할 수 없이 울타리를 보수하고 다시 고구마를 심는다. 그러면 고구마 줄기가 자연의 섭리대로 다시 자라 있고 또 어김없이 고라니가 고구마 줄기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 먹었다. 일주일에 한 번 밭을 찾는 우리랑 늘상 거기 둘레에서 사는 고라니의 싸움은 애초 싸움이 되지 않았다. 고라니의 일방적인 승리다. 다행히 우리는 텃밭 농사로 먹고살아야 하는 처지가 아니라서 독한 마음을 쓰지 않았지만 만약 농사로 먹고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고라니가 미울까. 고라니를 얼씬도 못하게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과연 올바른 노릇일까. 그림책은 그 답의 하나를 보여 준다. 면지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숲 속 작은 집으로 짐을 싣고 떠나는 아저씨가 나온다. 다음 장을 넘기면 삽괭이를 어깨에 멘 아저씨가 카메라와 공책까지 들고 있다. 화가 아저씨의 자전적인 텃밭 이야기다. 아저씨는 숲 속에 작업실을 마련한 것이다. 아저씨는 채소 기르는 게 좋아서 텃밭을 만든다. 딸이 좋아하는 옥수수랑 감자를 심고 아내가 좋아하는 쑥갓이랑 상추, 아욱, 치커리, 고추, 가지, 케일을 심고 배추, 대파, 빨강무, 호박, 열무, 콩도 심는다. 날마다 물을 주고 잡초 뽑고 정성껏 키운다. 텃밭은 풍성해져 아저씨는 행복하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쑥갓이랑 상추를 누군가 몽땅 먹어치운다. 쑥갓이랑 상추 모종을 다시 심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아저씨는 깊은 밤에 범인을 찾아내고 방책을 세운다. 울타리를 세우는 것이다. 아저씨가 세운 울타리는 소용이 없다. 아저씨가 만든 엉성한 울타리가 야생에서 살아가는 고라니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아저씨는 고라니를 혼내 주기로 단단히 마음먹는다. 새총을 준비하고 깊은 밤에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리하여 마침내 고라니를 만난다. 그런데 어쩌랴! 눈이 딱 마주친 고라니 곁에는 새끼 고라니 두 마리가 함께 보고 있다. 새총을 든 아저씨와 순진무구한 눈망울의 고라니 세 식구. 김씨 아저씨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느라 밤새 한숨도 못 잤습니다. ‘옥수수랑 감자는 딸들 건데…… 상추랑 쑥갓은 아내 거고…… 허- 그것참, 어떡하지!’ 마지막 본문 그림은 아저씨가 어떤 절묘한 해결책을 내놨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고라니와 아저씨를 모두 만족시키는 기막힌 생각이다. 그리하여 뒤 면지 그림은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공생 장면을 보여준다. 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이 내려다보고 있다.
자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과 동물의 충돌, 교감, 화해의 줄거리

고라니 텃밭 은 ‘고라니가 망쳐 놓은 텃밭’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결말에서는 ‘고라니를 위한 텃밭’으로 탈바꿈합니다. 고라니를 보는 시각이 바뀐 것이지요. 텃밭을 망쳐 놓는 골칫덩이가 아니라, 텃밭을 함께 나누어야 하는 생명으로 여긴 것입니다.

언젠가부터 야생동물의 출몰에 관한 뉴스가 심심찮게 오르내립니다. 도시에 나타난 멧돼지, 불쑥 도로로 뛰어드는 산 동물들, 농작물에 해를 입힌다고 업신여겨지는 동물들. 그들이 사람이 사는 마을까지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 당장 오늘 먹고살 거리가 충분치 않으니, 배를 채우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강이든 숲이든 예전만큼 풍요로운 먹을거리를 내어놓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더 빨리, 더 많이, 갖고 싶은 마음에 산과 들을 개발하고, 그나마 남아 있던 것들을 먼저 채어 갔기 때문일 겁니다.

작가는 야생동물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텃밭을 나눠가지는 작은 실천으로 해결책을 찾습니다. 소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해결책 안에서 작가의 진심이 느껴집니다. 그림책을 본 독자도 함께 생각해 볼 일입니다. 농작물에 해를 입힌다고 생각하기 전에, 우리가 그들의 삶터를 먼저 침범하고 훼손해 놓지는 않았는지, 뒤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바이올린, 영화음악을 만나다

바이올린, 영화음악을 만나다아직 바이올린을 그렇게 잘 하는 건 아니지만그래도 몇 달 배웠다고 자신감도 조금 생기고연습곡들만 연주하다보니 지루하기도 하고 해서영화 ost들이 수록되어있는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어요!앞에 있는 원스의 주제곡이나 try to remember 같은 곡들은조표도 많이 없고 구조가 단순해서초보인 분들도 어렵지 않게 연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CD도 같이 들어있어서 연습하기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 시리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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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별 생각 없이, 적당한 가격과 함께 괜찮은 소개글을 보고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청소년 문학 중 이 책과 딥스 자아를 찾아서가 정말 좋았어요(호밀밭의 파수꾼, 스켈리그, 위자드 베이커리 등도 좋았지만). 인물이 생생하고 살아있으면서 청소년 시절의 모습도 잘 드러낸 것 같습니다(물론 미국 배경이긴 하지만). 제가 청소년이었을 때 읽었으면 어떤 감상일 지 궁금하네요.편집도 무난했어요.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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