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홀로 걷는 달헤멘다고 다 방황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미아리를 미아처럼 걸었다......열리면 닫기 어려운 것이고생문이란 걸 모르고 산 어미같이 걸었다......오늘 내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의길이 된다는 말 곱씹으며 걸었다나의 진짜 주소는집이 아니라 길인가?길에게 물으며 홀로 걸었다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알 수 있다.이것은 어느 하루, 어느 한 달의 단상이 아니라는 것을.내 인생이 향하는 곳은 위가 아니다.언제나 몸 한 번 돌리면 바뀔 수 있는, 앞이라는 것을 또 한 번 생각나게 하는 시다.그러니 가다가 문제가 보이면 몸 돌리고 나아가면 그 뿐. 내려가는 것이 아니니 아쉬울 것 없다. 곱씹으며 앞으로 나아갈 뿐.글을 쓰며 되묻는다.나는 지금 길에 있나?부드럽게 감싸는 아버지의 거친 손과도 같은 시들.
진솔한 시어와 서정적 울림으로 문단과 독자들의 오랜 사랑을 받아온 천양희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 6년 만에 펴낸 이번 신작시집에서 시인은 삶과 시에 대한 오랜 고민들을 털어놓는다. 때로는 고통스럽게 때로는 달관한 듯 담담하게 이어지는 시인의 문법에는 기나긴 불면의 밤과 사색의 시간을 거친 단단한 언어가 담겨 있다. 이번 시집의 언어에 머무른 시인의 손길에는 삶과 사람과 자연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더욱더 깊어진 시선으로 생을 바라보는 시인의 입김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다.
천양희의 시는 섣부른 기교나 화려한 채색을 담지 않는다. 그는 늘 사물과 자연의 정수(精髓)를 향해 돌진하며, 이를 정성스럽게 고아내 아름다운 시로 길러낸다. 이를 두고 문학평론가 이숭원은 그의 시는 철저하게 단련된 지적 고뇌의 소산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김소월보다 윤동주에 가깝고, 서정주보다는 김수영에 가깝다. 라고 말한 바 있다. 허위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분명 그의 시는 진실성 있는 파장과 묵직한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제1부
들
어제
새가 있던 자리
오래된 나무
불멸의 명작
가울공원
갈울공원
바다시인의 고백
벽과 문
공어(空魚) 이야기
별이 사라진다
진실로 좋다
사라진 것들의 목록
허난설헌을 읽는 밤
활
갑자기
시인이 시인에게
제2부
나의 처소
그자는 시인이다
성(聖) 고독
다행이라는 말
바다 보아라
시인좌(座)
2월은 홀로 걷는 달
새는 너를 눈뜨게 하고
불편한 진실
참 좋은 말
기차를 기다리며
거꾸로 읽는 법
웃는 울음
겨울 들
길을 찾아서 4
제3부
오래된 농담
입
마들시편
고독한 사냥꾼
수락산
물의 가족
우표 한장 붙여서
숫자를 세다
절바위
물음
나의 산수
1분 동안
초록이 새벽같이
차이를 말하다
왜 몰랐을까
제4부
어처구니가 산다
무서운 시간
한계
저항
봄밤
사라진 계절
순서가 없다
시(詩) 통장
휘둥그레진 눈
생각은 강력한 마약
나무에 대한 생각
첫 꽃
자연을 위한 헌사
방편
시는 나의 힘
구름에 깃들여
옷깃을 여미다
해설 I 이숭원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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