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서 깨어난 두 남녀는 기억을 완전히 잊은 상태였다. 자신이 누군지뿐만 아니라
그들이 왜 이곳에 있는지 또 이곳이 어딘지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소설은 시작을 한다.
[레벨 7]이라는 제목만 보았을 때 아는 얼토당토않게도 저 혼자 SF 적인 소설이
아닐까라는 상상도 해보았다. 기억 상실의 두 남녀의 팔에 새겨져 있던 레벨 7이라는 글자로 인해 그것이 왜 적혀있는지 그 뜻은 무엇인지 소설
속으로 빠져드는 감은 참 좋았지만, 그 뜻을 알고 난 후의 헛헛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두 권으로 이루어진 소설 속에 담긴 이야기 구조는 미미 여사의 수많은 작품들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또한 숱한 소설들에서 차용하는 두 줄기의 이야기가따로 진행이 된다. 한줄기는 기억 상실의 상태로 깨어난 두 남녀의 이야기가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소녀의 실종으로 인한 이야기가 그 두 번째이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그렇듯이 이 두 이야기는 어느 정도 사건이 진행되고
시간이 흐르면 한줄기로 만나 큰 사건의 강으로 스며들게 된다.
무려 26년 전쯤에 나온 소설임을 감안한다면, 작가의 초창기 작품에 해당될 것이다.
작가란 세월이 흐르는 만큼 변화도 분명할 것이다. 발전과는 다른 변화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초기 작품이라고 해서 요즘
작품들에 비해 현저히 격이 낮거나재미가 떨어지거나 그렇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라는 독자가 깊숙이 소설 속으로 빠져들지 못하였다. 하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추적하거나 밝혀내는 과정에서,
이러한 미스터리 소설에서 내가 즐거이 받아들이는 재미는 어쩌면 사건을 쫓으며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보다 주체적으로 주인공 혹은 나라는 독자가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사건의 해결에 깊이 관여하였을
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벨 7]에 깊이 빠져드는 재미를 느끼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긴 설명의 글들이, 편지나 언변을 통해서 설명되어질 때 미스터리 소설이 가지는 긴박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느낀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것은 즉각적으로 풀어 해치며 만나게 되는 단서들이 모여 전체의 하나가 되어가는 동안의 긴장감 없이
한 번에 모든 것이 다 설명되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는 번역에서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일본 문화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일본의 예의나 예의와 관련된 말들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일본의 언어에는 물론 우리나라도 분명 그런 부분은 있겠지만 우리나라 보다 더
많은 부분에 여성들이 사용하는 단어들과 남성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이 나누어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소녀들이 사용하는 귀여운? 혹은 소녀다운 말투가
있을 것이고 성인 여성이 사용하는 언어들이 다른 면으로 표현된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그들의 언어가 단순히 우리나라 말로
번역이되면서는 10대들은 처음 본 어른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반말에
가까운 형태를 띠며 소설 속에 등장을 한다. 어른들 역시도 자신보다 어리다고 판단?이 되는 상대에게는 가차없이?
또한 반말의 문장을 들려준다. 과연 그럴까? 정말 일본이라는 나라는 그렇게 반말을 아무렇게나 사용해도 되는 나리일까?
우리가 혹은 내가 아는 일본의 국민성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가식적이다 싶을 정도로
심하다?고도 하는데 그래서 길거리나 차 안에서 부딪혔을 때 양쪽에서 서로가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소설 속에서는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도 쉽게 반말의 형태로 번역이 되는 것인지 사실 의문이 들었다. 물론 직역을 한다면
가능한 부분으로 분명 이해도 되고 그러한 반말의 부분들이 어느 정도 그 세대 혹은 그들 특유의 말투이며 그들 사이에서는 혹은 일본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언어 사용일 거란 생각은 들면서도, 특히 [레벨 7]에서는 그러한 부분들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번역이란 결국 그 나라의 정서도
가져와야겠지만 그 나라의 정서를 우리의 정서에 맞추어 옮겨야 하는 작업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
208페이지에서 유카리라는 어린아이가 "아, 귀찮아"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는 솔직히
황당하기까지 했다. 어떤 면에서는 충분히 한글을 읽으며 의역으로 대충의 문장이 지닌 의미는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 일본 원문의 뜻이 정말로
우리말의 귀찮아에 해당되는 문장이라고 한다면, 어린아이가 어른들의 일을 보면서 그런 말을 사용했다고 하기에는 어딘가 어색하고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종된 소녀가 며칠 만에 나타나고 실종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 의사가 소녀를
어린아이가 타고 있는 차에까지 데려다준 후 소녀가 감금되어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실종되었던 소녀가 의사에게 부탁을 하며 위험한 곳으로
가지 말아 달라고 하는데, 의사는 그래도 가봐야 한다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하며 실랑이를 벌이는 상황을 보면서 어린아이가 그 실랑이가
귀찮다고 말하는 이 부분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것은 소설의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는 번역의 문장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분명 내가 잘 이해를 못하며 읽은 것이 확실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혹은 제대로 된 번역으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또 어쩔 수 없다.
의문에 쌓인 어느 맨션에서 눈을 뜬 남녀. 둘은 서로가 누구인지 모를뿐더러 자신의 이름도, 과거도,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다. 기억을 되살릴 만한 단서는 팔에 새겨진 ‘Level7’이라는 문자뿐. 같은 날, 카운슬러 신교지 에쓰코는 자신과 자주 상담하던 여고생 미사오가 갑자기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의 집에서 가져온 일기장에는 ‘레벨7까지 가 본다, 돌아올 수 없을까?’라는 수수께끼 같은 문장만이 남겨져 있는데…….
이 책은 대조적인 분위기의 두 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남녀가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기억상실담 과 실종된 여고생의 일기장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그 큰 축이다. 이 소설은 작가의 작품 중 물게 인물의 선악대비 구도가 극명한데, ‘레벨7’이라는 수수께끼의 키워드가 연결하는 과거의 잔혹한 살인사건과 화재사건의 진상, 그리고 두 사건의 배후에 있는 무라시타 다케조라는 ‘절대악’의 존재는 실제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진 두 가지 사건을 모티브로 하였다. 바로 ‘호텔 뉴재팬 화재사건’과 ‘우쓰노미야 병원 린치치사사건’이다. 실제로 일어난 두 사건을 소재로 일본 사회의 어두운 뒷면을 그려낸 작품이다. 수수께끼 풀이와 정교한 복선에 의한 설득력 있는 반전이 돋보이는 미야베표 미스터리 소설이다. 레벨 7 은 총 2권으로 구성되었다.
제3일 (8월 14일 화요일)
제4일 (8월 15일 수요일)
에필로그
해설(가야마 후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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