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를 써 놓고 초현관으로 들어오니 때마침 달은 밝고 바람은 시원하여 명아주 지팡이를 끌며 천천히 거니는데 홀연이 한 여인이 나타났다. 작약꽃처럼 아름다운 모습의 그 여인은 손에 붉은 주머니를 들고 앞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팔낭자와 구낭자께서 선생님께 말씀을 전하랍니다. 아침에 특별히 어려운 걸음하시고 겸하여 좋은 글까지 주셨으므로 두 낭자께서 화답하신 글이 여기에 들어 있으므로 명령을 받드려 올리나이다.”하였다. 최치원은 그녀를 돌아다 보고 깜짝 놀라며 아가씨가 사는 곳이 어디냐고 거듭 물으니 그녀는 “아침나절 수풀을 헤치고 돌을 닦아 시를 써 놓으신 그곳이 두 낭자께서 사시는 곳입니다”라고 한다. 최치원은 그제서야 깨닫고 첫 번째 주머니를 열어보니 팔낭자가 최치원에게 회답한 시였다
쌍녀분전기 (한국문학 고전소설 다시 읽기 10)
쌍녀분전기(雙女墳傳記)는 최치원 선생이 쓴 전기소설(傳記小說)로 중국의 많은 사서(史書)와 육조사적편류(六朝事蹟編類)에도 쌍녀분기담(雙女墳記談)으로 기록되어 당(唐), 송(宋), 원(元)나라에 이어 오늘날까지 면면히 전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이전일문(殊異傳逸文) 13편이 있으며 그 가운데 신라수이전(新羅殊異傳)은 최치원의 친작이라 전해오고, 그가 당나라에 있을 때 무덤 속 두 여인(혼령)과 하룻밤의 환락을 시(詩)로써 즐기는 기괴한 내용이 오늘날까지 최고의 시문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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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녀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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