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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 예전에 [잠복]이라는 작품을 보고 훅 빠져서 몇작품을 읽어더랬다. 분명 예전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예스럽고 촌스럽다보다는 어쩜 이렇게 이야기를 끌고 갈수가 있지 하면서 놀랬었다. 북스피어에서 나오는 세이초월드를 통해서 그의 작품들을 접할수가 있으니 소장해두어도 좋은 시리즈이다.
그의 작품은 사회파 추리소설롤 유명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본의 사회파 추리소설은 아마도 세이초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을까. 분명 사건이 일어나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건에 오롯이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이 사건을 사회적인 이슈와 연관시켜서 그것을 이끌어 낸다. 그런 방면으로 탁월한 작가다.
방법 또한 드러내지 않는다.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건에 빠져서 범인을 찾고 있는 것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은밀히 내면에서 작업해서 그것을 수면위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문제에 녹아 들어서 공감을 하고 때로는 반감을 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던지게 되는 그런 스타일이다. 대가만이 할수 있는 솜씨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그런 면을 드러내 놓고 있다. [짐승의 길]. 짐승이 가는 길을 뜻하는데 이것을 제목으로 삼은데는 분명 짐승이 가는 길을 사람이 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사람은 짐승보다도 못한 삶을 살았던 것임에 틀림없다고 미루어 짐작 할수도 있겠다. 어떤 주인공의 이야기를 이토록 잔인하게 묘사하는 것인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일을 못하는 남편을 데리고 있는 다미코. 그녀는 주중에는 여관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는 남편에게 돌아가서 그를 도와준다. 거동을 못 하는 그를 위해 이웃에 사는 여자를 고용했다. 자신이 벌어서 남편을 부양해야 하고 고용인에게 월급을 주어야 하는 입장이다.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여관의 특성상 일이 힘들지 않다라는 말은 할 수 없다. 짖궂은 손님이 있을 법도 하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무엇을 위해서 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그녀에게 아이가 없다는 것은 다행일까.
어느날 그녀에게 한 손님이 찾아오고 인근의 호텔지배인이라는 그는 그녀는 여관에서 빼내어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한다. 그가 다미코에게 원하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그러기 위해서 행해져야 할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그냥 평범한 여관 급사였던 그녀의 인생은 이 남자를 만남으로 인해서 또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여관에서 일하던 다미코, 그녀를 만난 지배인 고타키, 그 호텔에서 장기체류하고 있는 하타노, 다미코를 의심하는 형사 히사쓰네,다미코가 돌봐주게 될 노인 기토. 많지 않는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혀서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분명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히게 된다.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 허겁지겁 하는 심정으로 하권으로 넘어간다.
현재 진행형에 있는 뛰어난 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세월을 거슬러 고전에 반열에 오른 거장의 작품을 제대로 만들어서, 한국의 독자들이 다양하게 미스터리 장르를 읽을 수 있게 하자는 뜻이 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서는 그가 쓴 수많은 픽션과 더불어 다양한 논픽션들도 함께 소개되어야 한다.
짐승의 길 은 1962년 1월 8일부터 1963년 12월 30일까지 주간신초 에 연재되었다가 다음해인 1964년에 단행본으로 나온 작품이다. 당시 세이초는 작가 부문 소득액 순위에서 매년 1위를 달렸고, 나오키 상 선고위원이었으며, 무려 열여덟 편이나 되는 장편소설을 신문과 잡지에 폭풍 연재하던 중이었다. 아울러 논픽션 일본의 검은 안개 , 심층 해류 , 현대 관료론 등을 쓴 공로를 인정받아 제5회 일본 저널리스트회의 상을 수상하고, 일본 추리 작가 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작가의 이력을 통틀어 가장 정력적으로 활동한 시기라 볼 수 있을 듯하다.
짐승의 길 첫 페이지에서 독자는 다음과 같은 문구와 마주하게 된다. 짐승길이란 산양이나 멧돼지 등이 지나다녀서 산중에 생긴 좁은 길을 말한다. 산을 걷는 사람이 길로 착각할 때가 있다. 이를 보면 작가의 의도를 조금쯤 짐작할 수 있다. 산속에서 짐승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사람이 만든 길로 착각하고 발을 내딛으면 어떻게 되는가. 길을 잃고 헤매겠지. 절벽에서 떨어져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 즉 ‘짐승의 길’이란, 가지 말아야 될 잘못된 길로 들어선 인간의 말로를 가리키는 통절한 메타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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