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시렁 78《접시의 비밀》공문정 글노인경 그림바람의 아이들2015.6.2. 밤에도 새벽에도 곧잘 설거지를 합니다. 뭔가 먹은 사람이 설거지를 안 한 채 개수대에 빈그릇을 쌓아 두거든요. 이를 어찌하면 좋으려나, 먹은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면 빈그릇 좀 쳐다보라고, 이렇게 두면 어떻게 쓰느냐고 물어보아야 할까요. 이렇게 할 수도 있으나, 이러자면 일이 외려 많다고 여겨 한숨을 가늘게 쉰 뒤에 소매를 걷고 씩씩하게 설거지를 마칩니다. 할 수 있는 사람이 하자고,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되 마음에 느긋하면서 상냥한 바람을 일으키면서 콧노래를 부르면서 하자고 여깁니다. 《접시의 비밀》에 나오는 아이는 접시에 새긴 무늬를 그냥 바라보지 않습니다. 접시 무늬하고 이야기를 해요. 접시 무늬가 문득 톡 튀어나와서 같이 놀기도 합니다. 언뜻 거짓말로 여길 수 있지만, 접시 무늬라고 해서 접시에 콕 박혀서 꼼짝하지 말아야 하지는 않아요. 접시 무늬도 놀고 싶으면 놀고, 밖으로 나가고 싶으면 나가겠지요. 숨겨진 이야기도 아니요, 수수께끼도 아니라 할 만해요. 마땅한 일이지만, 마땅하지 않다고 여기는 잔소리가 감돌 뿐입니다. 밥자리에서 밥을 빨리 먹고 치워야 하지 않습니다. 즐겁게 누리고, 기쁘게 먹고, 신나게 놀거나 일할 기운을 얻으면 되어요. 어느새 동이 틀 듯합니다. ㅅㄴㄹ(숲노래/최종규)
내가 그러는 건 다 이유가 있다니까요!
대한민국 모든 엄마들은 잔소리쟁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법칙입니다. 품에만 안겨있던 아가 시절을 지나, 식탁에 앉아 제법 야무지게 숟가락을 잡고 스스로 식사를 하려는 아이의 모습이 엄마 아빠에게 어찌 대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이내 음식을 손가락으로 잡고, 접시에 몰래 물을 붓고, 밥을 먹다가 조는 아이의 모습을 보노라면 빨리빨리 좀 먹을래! 하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오곤 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할 말이 가득합니다. 어디까지나 우위에 있는 어른들의 입장에서야 아이들의 행동이 딴짓투성이로 느껴질 테지만, 아이들의 엉뚱한 행동에 대해 그 이유를 물어보면 ‘왜 그랬냐면……’ 하면서 아이들 나름대로는 논리적인 말을 줄줄이 뱉어 낼 것입니다. 그러나 바쁜 어른들은 매우 종종, 뚱딴지 소리로만 들리는 아이의 말을 천천히 들어 주고 이해해주지 못하곤 합니다.
접시의 비밀 은 그런 어른들을 향해 아무 것도 몰라, 내가 그런 건 다 이유가 있다니까요! 하고 외치는 사랑스러운 책으로, 엄마 아빠에게는 아이의 시선을 통하여 상상력으로 가득한 세상을 느껴 보게 하여 주고, 아이들에게는 공감을 통한 즐거움을 줄 수 있을 만한 아주 예쁜 그림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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