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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눈을 뜨고 보니 역시 이곳은 지옥이었다. 시간은 멈춰주지 않았다.신지로는 깊은 절망감을 맛보았다.시스템/사회/세상은 가치중립적이다. 가치중립적이라는 말은 사실은 시스템의 구성원의 안위에 대해서 시스템은 전혀 관심이 없다는 말이며, 동시에 구성원의 행위에 따라 도출된 결과물에 대해서도 시스템은 도덕적, 윤리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우리는 그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그런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면, 사실 개개인의 선의나 악의는 세상을 바꾸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을 것이다.700페이지에 달하는 분명히 잘 쓰여진 장편소설인데, 다 읽고나면, 흔히 말하는 고전보다는 확실히 얄팍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으로의 독서를 통해 풀어야 하는 수수께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경제도, 사랑도, 인생도, 모든 것이 최악으로 치닫는다!

일본을 대표하는 페이지 터너 작가, 오쿠다 히데오. 소설적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시대상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을 유머러스하게 소설에 녹여내면서, 독자로 하여금 언제 시간이 그렇게 지났는지, 언제 이렇게 많은 페이지를 읽어냈는지 놀라게 하는 소설들을 써왔다. 그런 오쿠다 히데오의 장기를 그대로 선보이는 대표작 최악 이 다시 새롭게 독자들을 찾아온다.

최악 은 인생이 잘 안 풀린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는 세 주인공이 앞을 다퉈 최악의 상황으로 달려가는 과정을 그린 범죄 소설이다. 대기업의 갑질과 동네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속이 썩어가는 동네 철공소 사장님 가와타니 신지로. 은행에 취직한 것은 좋았지만 갑갑한 분위기와 지점장의 성추행에 괴로워하는 은행원 후지사키 미도리. 인생 되는 대로 막 살다가 야쿠자에게 덜컥 걸려버린 노무라 가즈야. 오쿠다 히데오는 너무나도 능숙하게 이 세 주인공의 운명을 최악의 방향으로 던져 흥미진진하게 한곳으로 모아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