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책시렁 14《마을전문가가 만난 24인의 마을주의자》 정기석 펄북스 2016.12.20.“마을만들기는 마음만들기입니다. 도대체 마을만들기가 무슨 말일까요? 아니, 이미 마을이 있는데 또 무슨 마을을 자꾸 만들려고 하는 걸까요.” (26쪽)“간장, 된장, 고추장을 원래 누가 만들었지요? 농림축산식품부인가요, 식품공학 박사들인가요? 바로 우리 농민이잖아요. 우리 농민이야말로 농산물 가공을 잘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이 있잖아요.” (27쪽)독일 농정의 정상화와 선진화는, 독일농민의 의식수준과 생활방식은, 결국 독일 교육의 성과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아닌 사회복지부가 책임지는 독일의 유치원에서는 3년 내내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76쪽)“지금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일자리 창출’ 구호가 지상과제처럼 난무하고 있지만, 마을공동체사업까지 그것도 단기간에 일자리 창출로 연결시키는 건 억지스럽고 무리라는 생각입니다.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선으로 인정되는 순간, 평생학습이나 공동체는 경제의 하위개념으로 물러나게 되니까요.“ (102쪽) 전국 지자체마다 여러 가지 일을 ‘사업’이란 이름을 붙여서 벌입니다. 이런 사업을 보면 ‘개발사업’이 대단히 많고, 문화예술을 놓고도 ‘문화사업’이라 합니다. 이들 사업은 하나같이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개발을 하건 문화를 북돋운다고 하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즐거우면서 아름다운 마을이 되도록 북돋우는 길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제 모든 사업은 멈추고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왜 사업을 해야 할까요? 그냥 ‘일’만 하면 되지 않을까요? 돈을 쓰는 사업이 아닌, 마음을 기울이면서 함께 보금자리를 짓는 일을 할 때가 아닐까요? 《마을전문가가 만난 24인의 마을주의자》(정기석, 펄북스, 2016)를 읽는 내내 ‘마을전문가·마을주의자’라는 이름이 거북했습니다. 마을에 사는 사람이 왜 전문가여야 하는지, 또 왜 주의자여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전국 지자체가 돌아가는 흐름을 보니, 마을지기나 마을살림이 스스로 벼슬아치나 군수·시장 앞에서 ‘전문가’ 같은 이름으로 마주서야 하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고흥이란 시골 지자체 이야기를 적어 보겠습니다. 3선을 하고 물러난 예전 군수뿐 아니라, 민주당 깃발꽂기를 밀쳐낸 새 군수도 ‘고흥만 경비행기 시험장 사업’을 여러 전문가 뜻을 듣고서 밀어붙이는데, 벼슬아치나 군수 모두 ‘개발 전문가’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입니다. 길어 봤자 20∼30해밖에 안 되는 개발 전문가 목소리에는 돈을 들이붓는 일을 함부로 벌이고, 마을에서 60∼70해를 살아온 ‘시골마을 전문가’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연하고 생태를 40∼50해 남짓 살피며 배우고 지킨 ‘자연전문가·생태전문가’ 목소리는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더군요. 어느 모로 본다면 이 나라 한국은 언제나 개발전문가 목소리를 내세워 삽차를 밀어붙였지 싶어요. 자연전문가·생태전문가·농사전문가·시골전문가·숲전문가·바다전문가 목소리에는 내내 귀를 닫았기에 공해가 커지는 줄 잊지 말 노릇입니다. ㅅㄴㄹ(숲노래/최종규)
국가와 정부, 자본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마을주의자들마을공동체 불꽃을 살리다국가와 정부, 자본주의와 정치경제학의 구조악에 휘둘리지 않은 단단한 사람들. 마을 속으로 뛰어들어 마을사람들과 더불어 마을을 만들고, 배우고, 높이고, 살리는 24인의 마을주의자들을 만났다. 마을건축가, 마을연구원, 마을인문운동가, 마을디자이너, 마을기술자, 마을의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마을을 보듬고 살찌우는 사람들이다. 마을의 물 한 방울, 흙 한 톨,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자신의 목숨처럼 아낀다. 사라지는 마을의 전통, 잊힌 역사, 숨은 흔적조차 기어이 찾아낸다. 생명과 온기를 불어넣어 새로이 부활시킨다.마을연구소 정기석 소장은 사회적 경제의 힘으로 인간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진화하는 마을공동체와 농촌사회 모델, 대안을 탐구하고 있다. 이 책은 마을공동체의 중심인 24인의 마을주의자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오래된 미래마을의 마을시민’으로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지를 그들의 삶을 통해 찾고 있다. 마을주의자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것은 낯선 이념이나 어려운 이데올로기가 아닌 ‘용기 있는 지혜’. 그것 하나만으로도 마을에서 마을주의자로 살아갈 수 있다고 저자는 확신한다.
들어가는 말 | 나는 ‘마을주의자’다
1부 마을을 만드는 ‘마을경제주의자’
군민 주식회사라는 마을공동체의 ‘CEO’_24
진안 진안마을주식회사 ‘마을기업가’ 강주현 대표
하늘과 ‘동업농사’로 사람도 모으고, 지역도 살리고_31
상주 상주시농민회 ‘마을농민운동가’ 조원희 회장
‘먹거리 정의’를 농사짓는 사회적기업가_38
장수 지니스테이블 ‘마을먹거리사업가’ 박진희 대표
마을경제 독립운동을 펼치는 공동체살림꾼_45
옥천 옥천순환경제공동체 ‘마을살림운동가’ 황민호
마을공동체를 치유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공무원’_54
완주 완주군청 농업농촌식품과 ‘마을행정가’ 강평석 과장
육지와 섬을 잇는 ‘관계형 사회적 자본’으로_62
서귀포 무릉외갓집 ‘마을회사원’ 홍창욱 실장
2부 마을을 배우는 ‘마을교육주의자’
농사도 함께, 공부도 함께, 생활도 함께_78
거창 두레누리살림터 ‘마을목사’ 유성일
마을과 협동조합이 아이들을 사람으로 키운다_87
춘천 별빛산골교육사회적협동조합 ‘마을교사’ 윤요왕 이사장
마을은 어른은 공부하고, 아이들은 노는 곳_96
시흥 평생교육실천협의회 ‘마을평생교육사’ 이규선 회장
폐교, 마을학교로, 지역사회 교육공동체로 되살아나다_105
공주 충남교육연구소 ‘마을교육운동가’ 조성희 사무국장
책 읽는 마을에서 책만 읽고 살았으면_112
괴산 숲속작은책방 ‘마을책방주인’ 백창화·김병록 부부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마을을 위해_122
옥천 자치와 공생의 삶 ‘마을학자’ 하승우
가운데 글 | 마을공화국 ‘홍동’의 마을주의자들_134
3부 마을을 높이는 ‘마을문화주의자’
사람들아, 마을에 함부로 손대지 마라_148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마을시인’ 변홍철 집행위원장
마을이 도서관이다, 마을이 학교다, 마을이 시詩다_157
곡성 남양리 ‘마을선비’ 김재형
산을 찍는 사진가에서 마을을 ‘짓는’ 사진가로_166
남원 길섶갤러리 ‘마을사진가’ 강병규 작가
27년째 지역공동체를 지키는 ‘지역언론 파수꾼’_174
창원 〈경남도민일보〉 ‘마을기자’ 김주완 국장
감독도 시나리오도 배우도 마을주민이_182
양평 연수리 ‘마을영화감독’ 신지승
마을미술관은 화가로 잘 키워준 양림동에 대한 헌사_189
광주 한희원미술관 ‘마을화가’ 한희원
4부 마을을 살리는 ‘마을생태주의자’
마을공동체를 공유하는 ‘코하우징Co-housing’ 전도사_204
영동 백화전원마을 ‘마을건축가’ 이종혁 건축사
‘두 번째 삶’은 마을에서 자연처럼, 사람답게_214
보은 선애빌 생태공동체연구소 뮨 ‘마을연구원’ 이종민 소장
‘좋은 마을’과 ‘좋은 사람’을 만드는 인문학_223
장수 좋은마을 ‘마을인문운동가’ 이남곡 이사장
통영 동피랑에서 전라도 섬까지,
마을의 웃음을 디자인하라_234
전남 섬마을가꾸기 전문위원 ‘마을디자이너’ 윤미숙
마을을 아름답게 ‘전환’시키는 장흥의 슈마허_243
장흥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 ‘마을기술자’ 김성원 대표
생태마을공동체에서 ‘같이의 가치’를 깨닫다_251
산청 청담한의원 ‘마을의사’ 김명철 원장